처음에는 모든 문서가 사람의 손에 의해 일일이 필사되었는데, 인쇄술은 그러한 문서를 용이하게 복제하는 수단으로서 발명되었다. 인쇄술이 어느 때부터 시작되었는지 그 기원을 단정할 수는 없으나, 이미 고대에 발명되어 많이 이용되고 있던 인장의 압인(押印)·날인(捺印)이나 석각비문(石刻碑文)의 탁인(拓印) 등이 그 발명의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인쇄술에서 없어서는 안 될 종이는 105년에 중국의 채윤(蔡倫)이 발명하였다. 최초의 인쇄방법은 판재(板材)에 문자나 그림을 새기고 그 표면에 잉크(먹물 등)를 묻혀 그 위에 종이를 놓고 문질러서 찍어내는 목판인쇄로서 중국에서는 이미 당(唐)나라 때에 실용되어 작은 불상·경전·지폐 등을 인쇄하였으며, 그 기술은 점차 다른 나라로 전파되었다.
한국의 목판인쇄도 7세기경인 삼국시대 말경부터 통일신라시대 초에 걸쳐 실용되었으리라고 짐작된다. 현재 남아 있는 인쇄물로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목판인쇄물인 불국사석가탑 사리함 속에서 1966년에 발견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인데, 이것은 751년통일신라경덕왕 10) 이전의 목판인쇄물로 보고 있다.
그 밖에 일본에서 770년에 인쇄된 《햐쿠만토다라니경[百萬塔陀羅尼經]》과 중국에서 868년에 인쇄된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密經)》과 같은 인쇄물이 현재까지 보존되어 있는 오래 된 인쇄물이다. 고려시대에 각판되어 해인사에 보존되어 있는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 판목도 목판인쇄에 쓰이던 것으로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목판인쇄술은 유럽에도 전해져서 카드나 성화 등을 인쇄하는 데 많이 이용되었으나, 15세기 중엽에 활판인쇄가 발명되면서 미술 분야에서 주로 이용하게 되었다. 1423년의 《성크리스토퍼의 도하(渡河)》와 1560년의 《알브레히트 뒤러》 등은 목판인쇄물의 걸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목판인쇄물에서 판화를 볼 수 있는데, 1434년의 《삼각행실도(三綱行實圖)》, 1486년의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 등의 삽화가 알려져 있다.
금속활자는 한국에서 일찍부터 발달하여, 고려시대 1234년에 동활자(銅活字)를 사용해서 《고금상정예문(古今詳定禮文)》 50권을 인쇄하였다는 기록이 있으며, 1403년(태종 3)부터 수년 간에 걸쳐 동활자 수십만 개를 주조하여 서적 인쇄에 사용하였는데, 이것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계미자(癸未字)이다. 1495년 독일의 구텐베르크는 납활자의 주조에 성공, 이것을 조판해서 포도압착기를 응용하여 만든 평압식(平壓式) 인쇄기로 성서를 인쇄하였다. 이것은 인쇄기를 이용한 최초의 볼록판인쇄로서 수년 사이에 유럽 각지에 퍼졌다.
1660년경 이탈리아의 피너게라는 금속판의 표면을 부식시켜 오목판을 만들어서 오목판인쇄를 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였으며, 1798년에는 독일의 A.제네펠더가 자기 고장에서 산출되는 대리석(석회석의 일종)에 인쇄잉크(쇠기름을 원료로 한 것)로 글씨를 쓴 다음 질산으로 대리석판을 부식시켜 볼록판을 만들어서 악보 등을 인쇄하는 동안, 이 대리석이 다공질(多孔質)로서 수분을 오래 지녀 지방성인 인쇄 잉크를 받지 않는 점에 착안해서 석판인쇄의 원리를 발견하였다. 이것이 평판인쇄의 시초가 되었다.
이리하여 18세기 말까지 볼록판(목판·활판) ·오목판(조각 오목판·에칭)·평판(석판) 등 세 가지의 기본적 인쇄방법이 고안되었다. 19세기가 되면서 프랑스의 니에프스와 다게르에 의해 사진술이 발명되고, 1839년 영국의 폰턴에 의해서 중크롬산 젤라틴액의 감광성 내산물(感光性耐酸物)이 발견됨으써 사진제판이 고안되어, 마침내 67년에 독일의 알버트에 의해서 콜로타이프 인쇄로서 실용화되었다. 또, 망목 스크린과 감광제 등의 발명으로 사진판·원색판·그라비어 인쇄(1893) 오프셋 인쇄(1904) 등의 인쇄방법이 계속 고안 되었다.
한국에 근대식 인쇄방법이 도입된 것은 1883년(고종 20) 정부가 인쇄기계와 납활자를 수입하고 박문국(博文局)을 설치한 것이 처음이다. 이어 84년부터 근대식 인쇄기계와 납활자를 사용하기 시작한 곳은 광인사인쇄공소(廣印社印刷公所)였는데, 최초의 인쇄시설은 수동식 활판기였다. 사진제판 시설이 처음으로 도입, 설치된 것은 1920년경이다. 한편, 근대에 이르러 출판물 생산의 증대와 신속성의 요구는 인쇄기계의 개량을 촉진하게 되었다.
1868년에 영국에서 발명된 두루마리용 활판윤전기는 계속 개량·연구되어 점차 정밀·고속화하였다. 대량의 인쇄를 할 경우에는 반드시 인쇄기의 판을 부착시킨 부분과 종이를 사이에 두고 위로부터 압력을 주는 부분이 원통형으로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절대적인 필요 조건으로 되었다. 그 때문에 볼록판에서는 지형(紙型)이 발명되고, 지형에서 원통형 연판(鉛版)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평판의 경우에도 아연판에 제판해서 이것을 원통형으로 둥글게 말아 판을 만들며, 오목판에서도 구리 원통판을 부식해서 판을 만들어, 윤전기에 의해 대량 인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근래에 사진과학·전자공학·합성수지 공업의 발달로 인쇄는 계속 새로운 기술이 생겨나서, 입체사진인쇄·전자사진인쇄·화장판건축재인쇄·직물용날염인쇄와 비닐·폴리에틸렌에 복제하는 인쇄를 촉진하였다. 한편, 전자공학을 응용한 제판법이 발명되어 원색원고를 정밀하고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전자색분해기(電子色分解機)가 많이 이용되고 있다. 특히 이들 기계에 쓰이는 광원도 레이저광선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또, 중심도시에서 제판은 신문을 전송사진으로 먼 곳에서 보내어 제판하고 인쇄하는 팩시밀리에 의한 오프셋 인쇄도 개발되었으며, 잉크를 쓰지 않고 다수 복제하는 인쇄기와 정전기구(靜電機構)를 응용하여 순간적으로 판을 만들기도 하고, 또는 판을 만들지 않고 사진 원고에서 직접 인쇄물을 만드는 전자인쇄 등도 발명되었다.
이 밖에 인쇄배선(印刷配線)·자성(磁性) 녹음 시트의 인쇄, 자성 잉크에 의한 수표의 인쇄, 자동개찰 승차권, 형광 잉크에 의한 교통표지 인쇄 등 급속한 발전이 거듭되고 있다. 문자조판 분야에서도 납활자를 사용해서 수공적(手工的)인 방법으로 하던 문선(文選)·식자(植字) 등의 작업방식이 컴퓨터를 이용하는 사진식자(寫眞植字)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인쇄기 분야에서도 숙련기술자만이 하던 기계조작을 컴퓨터가 할 수 있도록 점차 개량되어 인쇄에 컴퓨터 시대가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