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쇄의 역사

기록에 의하면 7세기 중국에서 시작된 목판인쇄는 서기 740년경부터 동양과 서양으로 각각 전파되었으며, 특히 우리나라는 1966년 10월 경주 불국사에서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이 발견됨으로써 현존 세계최고의 목판 두루마리 인쇄물을 보유, 자랑하게 되었다.
당시 석가탑 파손현황을 조사하던 중 석가탑 제2층 탑신부의 사리함 속에서 나온 이 다라니경은 전문가들에 의해 목판으로 인쇄된 불경임이 확인되었는데, 너비 8㎝, 길이 5m가 넘는 두루마리 형태의 이 불경에는 중국 당 시대에만 사용하던 측천무후 시대에 새로 만들어진 한자가 섞여 있어 신라 통일기에 해당하는 경덕왕 10년(서기 751년) 이전에 제작된 것임을 추정케 해준다.
한줄에 평균 8자들이로 되어있는 이 불경문의 글자체는 크기나 정교함에 있어서도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던 일본의 백만탑다라니경(百萬塔陀羅尼經, 서기 770년 간행) 에 휠씬 앞설 뿐 아니라 정도(精度) 또한 비교할 바가 아니다.
중국 둔황에서 발견된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密經)은 서기 868년에 간행된 것이다. 나무판에 글자를 뒤집어 새기는 목판은 오래 간직되며 무한정 찍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들고 한면에 일체의 글자를 새기기 때문에 한 문헌밖에 찍어낼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고려시대에 제작된 대장경은 호국불교 사상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귀중한 목판인쇄물로 1011년부터 60여년에 걸쳐 완성되었고, 1096년 대각국사 의천에 의해 속장경의 간행도 이루어졌으나 1010부 4710권이란 세계적인 규모의 이 판본은 몽고의 침입으로 안타깝게 불타 버렸다.
그 후 강화도에서 1236년부터 다시 목각을 시작하여 장장 16년만인 1251년에 1539부 6805권의 대장경이 완성되었는데, 이때의 목판의 1137장이 현재까지 해인사에 소장되어 전해오는 이른바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인쇄 역사상은 물론 세계적으로 귀중한 자료이다.
한편 글자체를 한자씩 새긴 다음 주워모아 판을 짜는, 오늘날과 같은 의미의 인쇄는 고려시대에 시작되었다.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에 보존되어 있는 남명천하상송도가(南明泉和常頌道歌)는 고종 26년(1239)에 주자본을 중수한 것이라는 중간기가 명백하고, 세계에서 가장 현존 금속활자본인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철(白雲和尙秒錄佛祖直之心體要節)은 1377년 청주 근교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상하권을 찍어낸 것 중 하권이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남아있다.
특히 최윤의가 쓴 고금상정예문(古今詳定禮文 전 50권)은 세계 최초로 알려진 독일 쿠텐베르크보다 2백 5년이나 앞선 1234년 구리활자로 인쇄되었다는 기록이 당대 문호인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 전하나, 원형은 전해지지 않고 기록에만 의한다는 것이 애석한 일이다.
이같이 간행물을 제작하는 관서는 고려시대부터 있었으나 전용주자소를 설치한 것은 숭문정책이 실시된 조선시대 태종조 1400년경부터이다. 1403년 서울남산의 왕립주자소에서 조선최초의 주조활자인 계미자(癸未字)를 선보였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 계미자는 경자자, 초주갑인자, 재주갑인자를 거치면서 보다 아름다운 필서로 다듬어졌으며, 한글이 창제된 세종조에는 국한문 혼용의 석보상절(釋譜詳節)과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이 간행되기에 이른다.
특히 서적간행에 관심이 컸던 세종대왕은 활자의 크기를 일정하게 하는 한편, 행과 행 사이에 줄을 넣어 이전보다 조판이 쉽고 인쇄하기에 편한 갑인자를 만들어 내었다.조선말기인 1883년 8월 정부에서는 수동식 활판인쇄기를 도입한 인쇄출판기관으로 박문국을 설치하였고 같은 해 10월1 일부터 한성순보(漢城旬報)를 발간하였는데, 신연활자로 찍어낸 이 인쇄물은 근대인쇄 최초의 것으로 알려진다.
1896년(고종33)에는 독립신문(獨立新聞)이 창간되었다. 이것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판 신문이며 독립협회의 기관지 역할을 하였다. 이 때 민간 인쇄 업소로는 5개사가 있었으며 인쇄기는 수동식과 족답식 이었는데 얼마 후에 석유 발동기를 동원력으로 하게 되었다. 1908년에는 월간 잡지 소년이 발간되었는데 이것은 우리나라 잡지 인쇄로는 처음이다. 1936년에는 조선서적주식회사가 서울 용산구 용문동에 인쇄공장을 신축하교 2색 오프셋 인쇄기, 2색 활판기, 자동접지기, 자동장합기 등의 시설을 우리나라에 최초로 도입하였다.
1945년 815광복 후에는 혼란기를 거쳐 1950년에는 625 전란이 일어나 인쇄 기술 발전은 중당상태였다. 그 후 휴전이 성립되고, 1950년 후반부터 새로운 시설을 점차 도입하게 도었다. 즉 활자 자모 조각기를 비롯하여 자동 주식기 (라이노 타이프, 모노타이프 등), 서적 윤전기, 스트림 급지기의 오프셋 인쇄기, 오프셋 윤전기, 사진 식자기, 제판 카메라, 원색 제판법 등이다.
1970년에 들어와서는 정부의 경제개발계획의 적극적인 추진으로 경제 성장이 이룩되어 상업 인쇄물을 비롯하여 수출 상품의 포장 인쇄물 등 각종 인쇄물의 수요가 급격히 증대되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시설을 증설하면서 기술의 향상과 품질 개선, 대량 생산으로방향 전환을 하였는데 그것은 국제 경쟁력을 불러 일으킨 시대적인 요청이라 할 수 있다.
1977년부터는 수입자유화가 이루어져 인쇄 공업계는 경쟁적으로 최신 기자재를 도입하였는데 이 때 전자망점 분해기(direct scanner)와 4색 오프셋기, 오프셋 윤전기(양면 4색)등이 도입되었다.
1980년대에는전자를 도입, 이용하는 새로운 기술과 기기인 전산사진 식자기와 토탈스캐너가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인쇄의 새로운 장을 열게 하였으며 1990년에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쇄는 컴퓨터화 되어 있다. CAP(ComputerAided Publishing, DTP(Desk Top Publishing), CD제작, 웹출판 등 인쇄의 가능성과 범위는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