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의 인쇄

고려시대(918-1392)에는 유학의 보급과 불교의 흥륭으로 유학경전과 불교경전의 간행이 요구되었다. 고려 왕조는 건국초부터 종래에 성행해오던 불교를 호국불교로 더욱 보호, 장려하여 불고 사상은 국민에게 폭넓게 유포되었으며, 한편으로 유교는 관료들의 교양과 지식을 위하여 장려되었다.
이로 인하여 유학경전과 불교경전의 수요가 증대함에 따라 일찍부터 목판인쇄술이 발달되고 송나라 판본의 유입이 이를 더욱 자극하였다. 1007년에는 목판인쇄물 “보협인 다라니경”이 총지사에서 간행되었다.
또, 호국불교의 이념에 따라 외적의 침략을 불교의 힘으로 물리치려는 의지의 표출로써 세차례에 걸친 대장경판의 조각이 이루어졌는데 강화도 대장도감에서 1236년부터 1251년까지 16년 간에 걸쳐 완성한 통칭팔만대장경의 판목은 오늘날에도 해인사에 보존되어 있다.
　불경은 계속 활발히 간행되어 1239년경에는 활자본 “남명천화상송증도가”가, 1377년에는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본 “백운화상 초록 불조직지심체요절”이 간행되었다.한편, “예기정의”(1045), “모시정의”(1045) 등의 유학 경전을 비롯하여 “제왕운기”(1360), “삼국사기”(고려후기) 등의 의학서, “동국이상국집”(1251), “파한집”(1260)등의 개인문집 등 비교적 다양한 출판물이 간행되었다.
또, 1234년에는 금속활자본인 예법서 “고금상정예문”이 간행되어, 인쇄·출판사상 하나의 전기를 마련하였다. 이들 출판물의 간행처는 대부분 관청이어서 중앙의 비서성을 비롯하여 지방의 충주목, 안서도호부, 남원부, 완산목 등 중앙과 지방에서 정부 주도로 출판 문화를 육성하고, 이를 확산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던 것으로 보인다.
고려시대에 출판문화 진행정책으로 두드러진 것은 비서성, 수서원, 서적포 등 출판관계 관청의 설치이다. 비서성은 경적과 축문을 맡은 관청으로 국가출판기관의 구실을 하였으며 수서원은 990년에 왕의 고서로 설치되어 많은 도서를 소장하여 신하들이 이용하게 하였고, 특히 서적포는 1095년=1105년 사이에 국자감에 관한 진흥책의 하나로 설치하여 도서간행에 힘썼는데, 이들을 중심으로 많은 도서를 간행, 보관하고 때로는 송나라에 수출하기도 하였다.
1392년에는 서적원을 두어 활자주조와 도서인쇄에 관한 일을 관장케 한 것을 보면 고려 후기에도 계속 금속활자가 주조,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출판문화의 발전은 교육의 발전과 긴밀한 관계가 있는데, 고려시대에는 관료지망자를 교육하는 국자감과 사학이 세워졌으며, 또 지방 교육 기관으로 향교가 설치되었다.
이들 교육기관에서는 교과용 도서가 많이 필요하였는데 국자감에 서적포를 설치한 것도 이들에게 필요한 교과용 도서 출판정책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고려시대의 출판정책은 불교로 국민의 사상을 통일하고 유학으로써 관료를 양성하고, 이를 뒤받침하기 위해 교육을 활성화하고 독자적인 학술진흥정책을 시행한 것과 긴밀한 관계 하에 주로 국가적인 사업으로, 중앙과 지방에서, 정부지원에 의해 인쇄기술을 개발하고 도서를 다수 간행하여 불교경전을 비롯하여 유학도서, 역사서, 실용적인 의학서 등 다양한 출판물을 출현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