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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인쇄

조선왕조는 이제까지 불교이념이 사회가치관의 기준을 이루던 고려시대와는 달리 유학의 가르침을 국가나 사회를 발전시켜 나가는 근본으로 삼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왕은 양반의 도움을 얻어 성현의 가르침에 따라 어진 정치를 해야 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배계층의 사람은 많은 유교 경전을 읽어서 특히 중국의 역사를 공부하고 선악을 판단할 수 있는 지식을 쌓아야 하며 또 중국 사람의 시문을 외우는 등의 교양은 구비하여야 했다. 이와 같은 유학의 교양은 우리 나라의 모든 일을 다스리는데 거울로 삼으려는 의도가 되고 있었다.
이에 그들은 중국에서 들여온 유학경전을 인쇄하여 선비들에게 널리 읽게 하였다. 이러한 유학의 교육을 통해서 유교의 이상 국가를 이룩하고, 이 나라를 만대에 이르도록 이어 나가게 하자는 것이었다. 정치·사상·문화 여건이 이처럼 되면 인쇄술의 발달은 중요한 국가시책이 아닐 수 없었다.
중국의 많은 유교경전과 역사 서적, 여러 전문 분야의 학문 서적 및 많은 문인의 문집 등을 인쇄하여 내야만 되었다. 이러한 서적 인쇄를 목판으로는 감당할 수 있었으므로 여기에, 고려 때의 활자 인쇄술이 계승되었던 것이다. 조선 왕조 제 3대 태종은 1403년 계미년에 주자소를 설치하여 청동활자 약 10만자를 주조하게 하였다. 이것이 유명한 계미자이다. (오른쪽)
태종은 활자 주조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중국의 바깥쪽에 있어 중국의 책이 드물게 이르는데, 목판에 새겨 만든 책은 획이 잘 이즈러지고, 또 경비과 공정관계로 천하의 책을 찍어낼 수가 없다. 이제 내가 구리쇠로 본떠서 글자를 만들어 책을 얻을 때마다 이것을 찍어 내어 널리 퍼뜨리게 하겠다.”
이 글에서 출판물을 통한 외국 문물의 수용과 이용이라는 국제출판정책을 엿볼 수 있고, 유학에 의한 정치 이념의 구현으로 유학의 학술적 진흥과 교육을 지향하고 그를 실현하기 위하여 인쇄기술 개발 정책을 실시하였으며, 이것이 총체적으로 정부에 의한 국가적인 출판진흥정책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대학의,’안조 총류” 등 많은 유학도서와 역사서가 간행되었다. 세종은 그의 아버지 태종의 생전에 왕위를 물려받았고, 학문의 발달과 국민을 위한 정치에 더욱 힘쓰게 되었다. 유학의 발달을 위해서는 우선 유교의 경전을 많이 찍어내어 선비로 하여금 읽게 하는 것이 중요하였다.
세종 때인 1420년에는 경자자가 만들어졌다. 세종은 인쇄사업을 중시하여 인쇄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특별히 우대하였다. 공로자에게는 대장, 부대장, 정, 등의 지위를 주었고 그들의 처자에게도 월급을 주는 등 각별한 배려가 있었다. 그 반면에 오자 하나에 태형 30등의 처벌도 가하였다. 그 후 조선왕조 500년동안 25차례 이상 활자를 주조하여 역대왕들의 출판문화에 대한 크나큰 관심을보여주었다.
출판문화 발전에는 인쇄기술의 개발 못지 않게 어문정책이 중요하다. 한글 창제 이전의 한국에서 사용된 문자는 표의문자인 한자여서 해독하기가 어렵고 또 그 때의 한국의 교육문화가 특수상류층에만 전유되었기 때문에 널리 일반국민에게 문화의 혜택이 가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세종은 1443년에 대중적이고 평이한 한글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1446년에 반포하여 ‘용비어천가’,’월인천강지곡’ 등을 간행 실용화를 시험하고 국민이 모두 쉽고 편하게 활용하도록 권장하였다.
청동활자의 발명, 사용과 한글의 창제, 반포는 한국출판문화의 기반을 일찍이 형성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헌과 기록의 중요성을 일찍 깨닫는 한국인들은 오랜 인내의 작업과정 끝에 방대한 저작물과 문헌의 정리, 수많은 개인 문집의 출판은 물론, 국가적인 출판 활동에도 진력하였다. 정사의 편찬과 발간, 불경 및 유학서의 번역과 주해서는 국가적 또는 문화정책적인 필요에서 연유된 것이지만 세계적으로 어느 나라보다 일찍부터 출판활동을 해 왔다.
1415년부터 호 를 설립, 지질개량에 노력하여 질이 좋은 “조선지”가 수용에 충당되고 타국에까지 수출되어 명성을 떨치었다. 또, 조정에서는 일반인에게 도서 유통을 원활히 하기 위한 일반 서점을 설립하도록 계획하는 등 민간 출판의 활성화를 위하여 관심을 기울였으나 큰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아무튼 한국에서는 금속활자의 발명과 사용, 한글의 창제와 반포라는 한국출판사상 획기적이 2대 받침대가 모두 정보차원에서 성취되어왔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2대 지주가 계승 발전되지 못한 원인으로 몇가지가 있다.
활자의 주조술의 결함과 인쇄방식의 기계화가 이루어지지 못했으며 출판에 대한 정부자원의 선도가 집중적이 아닌 간헐적이었고 민간의 자발적 발전을 도모하는데 실패한 점, 유학 일변도의 문화정책으로 학문발전의 다양화를 이루지 못했고 외적의 침략으로 인한 문화유산의 피해가 심했다.
그리고 양반자제에 대한 교육은 치중했으나 일반 서민에 대한 대중적 교육의 기회가 없었다. 한글이 있었으나 여전히 중요 공문서나 주요 표기수단이 한자여서 일반인의 문명율이 높아 독서 인구의 저변확대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한국의 출판은 이러한 무거운 부담을 떠안고 근대적 출판의 여명기를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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